영화 / / 2023. 6. 4. 16:33

영화 < 세가지 색 : 화이트> 프랑스혁명의 평등과 폴란드인의 색감

영화 '세 가지 색: 화이트'는 프랑스혁명의 이념인 자유, 평등, 박애를 모티브로 한 세 가지 색 시리즈의 작품이다. 거장 키에슬로프스키가 연출하고 자마코브스키와 쥴리 델피가 주연을 맡았다. 아내에게 이혼당한 이발사가 다시 사랑을 되찾으려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평등이란 주제를 다루면서도 블랙 코미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화이트드레스
흰 드레스를 입은 신부 (출처 : themoviedb.org)

 

영화 '세 가지 색: 화이트' 프랑스혁명과 평등

'세 가지 색: 화이트'는 1994년에 개봉된 프랑스와 폴란드의 공동 제작 영화로 제44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파란색(자유), 하얀색(평등), 빨간색(박애)의 프랑스혁명 이념을 모티브로 한 세 가지 색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으로, 전작인 '세 가지 색: 블루'와 후작인 '세 가지 색: 레드'와 함께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 영화는 프랑스와 폴란드의 관계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폴란드인 카롤과 프랑스인 도미니크의 부부 관계를 통해 두 나라의 역사적인 변화와 문화적인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프랑스혁명의 색깔을 강조하면서도, 그 색깔이 의미하는 이념과 현실과의 간극을 드러낸다. 파란색은 자유를 상징하는데, 영화에서는 카롤이 파리에서 자유롭게 살 수 없고, 도미니크가 카롤에게 자유를 주지 않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얀색은 평등을 상징하는데, 영화에서는 카롤과 도미니크가 성적으로나 재산적으로나 평등하지 않고, 카롤이 폴란드에서도 프랑스에서도 차별받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빨간색은 박애를 상징하는데, 영화에서는 카롤과 도미니크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상처 주고 배신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영화는 이렇게 프랑스혁명의 이념이 현실에서는 왜곡되고 파괴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배경엔 폴란드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면서, 그것이 프랑스와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영화는 폴란드가 공산주의 체제에서 자유주의 체제로 전환하는 시기에 배경이 되어있다. 카롤은 폴란드로 돌아와서 자신의 땅을 사서 공장을 짓고, 무역회사를 차리고 부자가 되는데, 이는 폴란드가 자유주의 경제로 개방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하지만 카롤은 그 과정에서 부당한 수단을 사용하고, 미콜라이와 같은 공산주의 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이용하고, 유레카와 같은 친구들을 소홀히 하게 된다. 영화는 이렇게 폴란드가 자유주의 체제로 전환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갈등을 보여준다. 또한 폴란드의 문화와 전통을 보여주면서도, 그것이 프랑스와의 문화적인 차이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도 보여준다. 카롤은 파리에서 노숙할 때, 빗과 종이로 만든 피리로 폴란드 민요를 연주한다. 이 장면은 카롤이 자신의 고향과 문화에 대한 애착과 그리움을 표현하는 장면이지만, 동시에 코믹하고 비극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그는 구슬픈 음악을 연주하면서도 웃음을 짓고, 구걸을 하기 위해 자신의 문화를 팔아버리기도 한다. 또한 카롤이 파리에서 얼마나 외로움과 고통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카롤은 자신의 음악에 감동하는 사람이 없고, 도미니크에게 비웃음 당하고, 경찰에게 쫓기는 모습으로 그의 삶이 얼마나 버겁고 비참한가를 보여준다.

폴란드인의 비극적 유머

주인공은 카롤이라는 폴란드 출신의 미용사다. 카롤은 파리에서 아내 도미니크와 함께 살고 있지만, 그녀에게 소홀하고 무능하다는 이유로 이혼을 당한다. 더구나 프랑스 시민권도 없고 돈도 없는 카롤은 파리에서 살아가기 힘들어하며,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러던 중 친구 미코와 함께 한 범죄에 연루되면서 카롤은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카롤은 결국 사회적 신분상승을 이룬 후, 자신의 죽음을 가장하고, 도미니크가 그를 죽인 범인으로 몰리게 만든다. 그러나 그들의 재회는 예상과 다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 화이트는 평등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카롤과 도미니크의 관계는 사랑과 증오, 행복과 고통, 성공과 실패 등의 대립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상처 주고, 구해주면서도 파괴한다. 또한, 영화는 프랑스와 폴란드라는 두 나라의 대조를 통해 평등의 의미를 탐구한다. 프랑스는 부유하고 세련된 나라로 표현되지만, 폴란드는 가난하고 역경에 처한 나라로 그려진다. 그러나 카롤은 프랑스에서는 비참하고 불행했지만, 폴란드에서는 성공하고 행복해진다. 영화는 이렇게 두 나라의 차이를 드러내면서도, 결국에는 어느 나라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세 가지 색 연작 중 가장 가볍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안에는 폴란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인간의 욕망과 사랑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평등이라는 주제로 우리에게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무엇이 진정한 사랑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의 색감

이 작품은 하얀색을 주요 색감으로 사용하면서도, 다양한 색감을 통해 영화의 분위기와 감정을 표현한다. 영화는 하얀색을 평등과 순수함의 상징으로 사용하지만, 그것이 더럽혀지고 오염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영화의 시작 장면에서 카롤과 도미니크가 이혼 법정에 나오는 장면은 하얀색의 눈이 내리는 배경에서 펼쳐진다. 이 장면은 두 사람의 사랑이 순수했지만, 평등하지 않았기 때문에 끝나게 된 것을 상징한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카롤과 도미니크가 다시 만나는 장면은 하얀색의 벽지가 있는 방에서 펼쳐진다. 이 장면은 두 사람이 평등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를 상처 주고 배신하는 것을 상징한다. 감독은 각기 다른 색감을 통해 영화의 분위기와 감정을 표현한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파리의 장면은 파란색과 회색으로 표현된다. 이 색감은 파리가 카롤에게 자유와 행복을 주지 못하고, 차가우며 비참한 곳이라는 것을 표현한다. 반면 영화에서 폴란드의 장면은 갈색과 노란색으로 표현된다. 이 색감은 폴란드가 카롤에게 따뜻하고 친근한 곳이지만, 불안하고 변화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또 카롤이 도미니크와 다시 만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 장면은 카롤이 가짜로 그의 유언을 조작하여 도미니크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준다는 것을 알리는 장면이다. 하지만 사실은 카롤이 도미니크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장면이다. 그럼에도 동시에 로맨틱하고 슬픈 장면이기도 하다. 카롤은 도미니크가 자신의 죽음에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또한 이 장면은 카롤과 도미니크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상처 주고 배신하는 모습도 포함되어 있다. 이 영화는 '평등'을 꿈꾸는 이들에게 혁명의 색깔과 폴란드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면서도, 그것이 부부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다양한 색감과 장면의 구성, 뛰어난 연출을 통해 영화는 이렇게 평등이란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비꼬면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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